국내여행

고흥 쑥섬에서의 특별한 하루: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나만의 정원'을 만나다

맛쟁이아빠 2024. 11. 23. 18:49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고흥의 작은 섬, 쑥섬은 그런 날에 딱 어울리는 곳입니다. 이곳은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섬 곳곳에 가득한 꽃들, 그리고 고요한 평화로움으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저는 어느 가을날, 쑥섬을 방문해 그 특별한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1. 시작부터 설레는 쑥섬으로의 여정

쑥섬은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 위치한 작은 섬입니다.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저의 여정은 고흥공용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고흥 터미널에서 나로도행 버스를 타고 나로도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단 2분. 짧은 거리지만 파란 바다와 바람이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섬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쑥섬의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선착장에 마련된 액자 모양의 포토존은 이곳이 단순히 자연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임을 알려주는 첫 힌트였습니다.


2. 난대림에서 느끼는 자연의 신비

쑥섬의 탐방로는 약 3km로 짜여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선착장을 출발해 난대림으로 들어섰을 때, 저는 이곳이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보물 같은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난대림은 400여 년 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개방된 곳으로, 후박나무와 육박나무가 주는 강렬한 존재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말 모양으로 자란 나무를 발견했을 때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숲속을 걷는 동안 숲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저를 정화시켜 주는 듯했습니다.


3. 별정원: 사계절 피어나는 꽃들의 축제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별정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쑥섬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칡넝쿨로 덮였던 땅을 개간해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손수 만든 이 정원은 마치 동화 속 비밀정원 같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늦가을에도 국화, 샐비어,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란타나의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꽃무리는 가을 햇빛 아래에서 더욱 빛났고, 은빛 팜파스그라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듯했습니다. 이 정원을 거닐며 꽃들과 눈을 맞추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따스함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환희의 언덕: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별정원을 지나 환희의 언덕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숨이 멎을 정도로 감탄하게 됩니다. 멀리 거문도와 초도가 보이고, 썰물 때만 드러난다는 ‘쑥섬 인어’와 ‘큰 바위 얼굴’ 형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파도 소리, 그리고 발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의 광활함이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5. 섬의 정수: 여자산포바위와 남자산포바위

환희의 언덕을 지나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여자산포바위와 남자산포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자산포바위는 넓고 평평한 형태로, 과거 주민들이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모여 노래하고 춤을 즐기던 장소라고 합니다. 남자산포바위는 쑥섬의 정상에 위치하며, 이곳에서 보는 섬의 전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정상에 놓인 팻말에는 “백두산, 한라산보다 가까운 정상”이라는 유쾌한 문구가 적혀 있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6. 쑥섬의 특별한 음식: 쑥섬돈가스와 쑥라떼

탐방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갈매기카페에서 쑥섬돈가스를 주문했습니다. 바삭한 튀김옷에 촉촉한 고기, 그리고 곁들여진 다양한 반찬은 여행 내내 걸어 다녔던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쑥라떼는 쑥 특유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우유가 조화를 이루며 달콤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7. 쑥섬을 떠나며: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쑥섬에서 보낸 하루는 단순한 여행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걷고, 꽃을 보고, 바다를 느끼며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를 경험했습니다. 떠나는 배에 올라 쑥섬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다음 방문을 기약했습니다. 자연과 평화가 함께 어우러진 쑥섬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나만의 쉼터 같은 특별한 장소로 남았습니다.